전복의 날. 말 그대로 해산물 전복이 꽤 큰 걸로 21미나 와서
얼추 반나절은 그것들 앞에서 보낸.
굵은 소금을 뿌려 해캄하고 솔질을 해서 물때를 벗기다.
시커멓던 부위들이 하얘졌다.
살짝 데쳐 숟가락으로 까다.
내장 떼기. 모래주머니를 자르라는데, 튀어나온 부위가 거기라는데,
이건 할 때마다 긴가민가 하면서 자르게 된다.
입이야 확실하게 잘라내지. 딱딱하니까.
저녁상에 샤르도네 와인과 함께 전복버터구이를 내다.
깐마늘을 납작하게 잘라 볶고 칼집을 넣은 전복을 버터에 구워
씻어놓은 전복껍질에 담다.
빙 돌려 전복을 놓고, 한가운데 볶은 마늘을 담아냈다.
몇 마리의 전복은 얇게 썰어 볶아서 따로 또 놓기도.
내장과 남긴 전복을 저며 얼리다.
2월 어른의 학교에서 전복죽을 내리라 하고.
2월 어른의 학교 마감.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으로 급속하게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열 명으로.
뒤늦게 신청한 세 명은 어쩌나.
마감공지를 바로 하지 못한 책임도 있는데.
상황을 좀 보기로.
제주도에 사는 다은샘의 글월이 닿았다.
물 건너 있으니 오기가 더 어려울.
돌아보니 겨울에만 물꼬에 왔더라고.‘날이 추워서 그런가 물꼬랑 옥샘이 너무 그립고 가고 싶어요.
직장 퇴직하면 하고 싶은 일 중에 첫 번째가 물꼬 가기 라고 써놨답니당...’
잘 살고 있노라 했고, 주변 사람들 근황도 전해왔다.
고마운 일들이다.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들,
그리고 잊히지 않고, 기억하고, 소식을 넣고...
몇 자 답을 보내다.
‘우리 행복하자. 그렇게 만나서 더 행복하자.
잘 있으마, 언제 그대 오리니. 잘 있으시라, 언제 그대 와야지.
나는 물꼬를 지키며 그대 오는 날을 기다리리.
사랑한다, 다은아!
새해에도 아름다운 시절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