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반성한다.

 

아침마다 하는 수행에서 대배를 할 때면 수능을 보는 물꼬 아이들 이름을 특별히 부른다.

멀리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거라도 힘을 보탤까 했던.

한국사회에서 대입이라는 그 절차 하나에

절대적으로 사회적 삶의 좌표점이 달라지는 걸 인정해왔다.

그 인정을 나는 반성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 있고, 그래서 그 학교를 인정하겠다고 한,

그래서 수능을 보는 아이들이 이 땅의 거의 모든 열아홉이라고 생각한,

그 생각의 게으름을 나는 반성한다.

교육 문제를 말하며 자주 입시를 들먹였다.

그것이 교육 문제의 다인 양 말한 민감하지 못했던 사유에 또한 나는 반성한다.

수능을 보는 아이들만 열아홉이 아니었다!

 

지난 12월에 한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인터뷰 기사를 지금에야 읽었다.

지난 10월 여수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정운님 사망 뒤였다.

2016년 구의역 사고로 사망한 김군도 특성화고 졸업생이었고,

2017년 제주에서 현장실습생 이민호군이 사망했다.

그리고 2018년 특성화고노조가 만들어졌다.

재작년 겨울의 고졸취업자 일자리 대책을 촉구하던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의 거리행동도

한참 뒤늦게 들었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까닭] “반에서 취업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매일노동뉴스>, 20201228).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556

코로나19로 자격증 시험 일정이 미뤄지거나 취소돼 취업에 필요한 준비도 못하고,

학교의 실습수업이 진행되지 않아 기계 사용법을 집에서 혼자 익히고,

현장실습 기회도 줄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일자리 자체가 없.

 

‘2021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 결과’(교육부, 2021.12.2.)에 따르면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등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은 약 79만 명.

이 가운데 취업자는 약 22,500명이었다. 그것마저 대부분 비정규직.

직업계고 졸업자 전체 취업률이 55.4%,

그러나 65%1년 사이 퇴사.

그러는 사이 그들도 20대가 되었는데,

사회(언론)는 청년실업을 다루면서 대졸자만 걱정한다.

2021년 고3 학생 수는 446천 명이 좀 넘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원서는 2021년보다 16,387명 증가한 509,821명 지원.

이 가운데 재학생은 약 36만 명이었다.

2022학년도 수능 결시율이 13.2%였으니 실제 시험 본 인원은 더 적다.

(직업계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45%로 전년도의 42.5%에 비해 2.5%p 늘었다.)

 

수능을 지원하지 않은 이 8만 명이 잊히지 않을 때,

우리 사회가 그들의 삶도 교육 문제의 연장선에서 고민할 때

비로소 우리는 교육 문제를 제대로 다룬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수능을 앞둔 아이들만이 아니라

열아홉 우리 아이들 모두를 위해 절을 한다,

내가 잊은 8만 명에 사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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