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가마솥방 불이 켜져 있었다.
야삼경에 물꼬의 바깥식구 하나 들어와 새벽을 맞고 있었네.
물꼬가 쓰고 있는 폐교 건물을 올해 이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은 때,
그 건에 관해 논의가 깊었다.
이른 아침부터도 이야기는 이어진다.
아침뜨락 돌다.
미궁 자리에 있는 낡은 장승은 이제 떠나보내기로.
몇 벌의 장승을 깎아주었던 목연이 또 시간을 내본다 하나
미궁 끝 공간은 너르게 비워도 좋을 듯.
달골에 아이들과 작업할 공간으로 쓸 비닐하우스를 하나 지으려고도 엿보는 중.
위치를 살피다.
공간이 없는 게 아니나 장기적인 전체 그림을 생각해야.
아주 당장 해내야 할 일도 아니고.
생일상을 차리다. 바깥샘 하나가 들어왔네.
미역국이야 당연하겠고, 강낭콩밥도 있어야지.
어릴 적 받았던 생일상이 늘 기준이 되고는 한다.
생선도 있어야지. 마침 설악산 아래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해왔던 물고기가 있었다.
고기도 있어야지. 그 역시 마침 있었던 거라.
김을 굽고 산나물들과 몇 가지 찬을 내다.
그릇에 양념이 남지 않을 정도로 싹싹 비운 밥상. 고마워라.
축하함! 우리 한 생을 마저 잘 살아보자.
달래와 귤잼을 챙겨 설악산으로 보내다.
여기 흔한 게 거기선 사서 먹는 거더라고.
그곳에 깃들 때 신세를 진 어르신 댁으로.
보내려니, 그것도 얻자고 드니, 달래가 귀했더랬네.
약 안치고 농사짓는다고, 그래서 별 수확도 없는 물꼬 농사에 늘 핀잔인 마을 어른들이
봄나물을 뜯을 때는 물꼬 밭으로 오는 거라. 약 안친다는 그 까닭으로.
죄 패 내 가고 남은 얼마쯤을 건졌다. 어린 것은 모종으로 써보시라 동봉하고.
저녁 늦게는 달골 대문께 세울 울타리 자재가 들어왔네.
오는 주말에는 작업을 해보려는데.
일할 구성원은 다섯으로 조직되었음.
일이 커서가 아니라 균형을 맞추고 잡아주고 해야 될 테니.
마침 집중수행하는 주말이라 일수행으로다가.
일을 앞두면 늘 약간의 긴장이 온다.
특히 이웃과 경계를 둔 문제라든가 하면 혹여 시끄러워질세라 미리 절차들을 잘 챙겨야 하는.
순조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