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8주기.

세월호 기억밴드를 아직 손목에 하고 있다.

배를 타고 떠나 돌아오지 못한,

그리고 그들을 두고 와서 무거울 영혼들에게,

또 이 사건으로 아직도 어두운 우리 모두를 위한 진혼기도를 하는 새벽.

(지난 10일에는 참사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이 있었다.)

 

달마다 셋째주말은 집중수행일정.

오늘 일수행으로 잡은 것은 달골 대문 쪽 울타리 세우기.

08시부터 작업을 하자 했으나 07시가 지나며 벌써들 모이다.

대문 동쪽으로 일곱의 기둥, 서쪽으로 셋의 기둥을 세울 것이다.

관급 공사를 하는 이들로부터 자재를 받아오다.

H빔 기둥에 방부목을 끼우기.

기둥도 이미 잘라서 왔고, 끼울 울타리 역시 사전 작업을 해서 들여 놓았던.

무게도 무게지만 보기에도 육중해서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들머리의 기능을 생각하면, 또 유지면에서 더 좋을 수도 있을.

돌이 많은 땅이다. 며칠 전 비가 있긴 했으나 흙은 여전히 단단했다.

곡괭이가 있지만 쉽지 않겠다고, 해영샘이 밭에서 쓰는 작은 굴착기를 끌고 오겠다 했다.

구덩이가 커지면 뒷일이 많아지기도 하는데.

그걸 메우는 데 그만큼 힘과 몰타르가 더 들어야 할 것이니.

결국 기계를 쓰기로 하다. 쉬 파다.

그런데, 아차차, 이런 일을 할 때 생기기 쉬운 일을 딱 만났네.

피한다고 피했는데, 바닥으로 지나던 물관을 굴착기가 그만 찍었다.

대문 기둥 옆을 파다가.

다행히 해영샘네에 200밀리 관이 있다하여 실어 오고 자르고 연결하고.

한편, 구덩이 안 바닥에 국화모양(우리들은 국화빵이라 불렀다) 벽돌을 쌓고 수평을 잡고...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현장 팀장을 기다리며 손이 남아 햇발동 창고동 둘레 수로도 치다.

11시 넘어 진두지휘할 샘도 들어왔다.

현장을 넘기고 낮것을 준비하려 내려갔네.

두릅과 지난 4월 설악행 때 속초바다에서 건져 올렸던 열기를 구워내다.

 

오후엔 어른 다섯이니 일이 수월하게 돌아갔다.

수평을 맞춰 양쪽 기둥을 한 사람씩 잡고 둘이 나무 울타리를 끼우고,

돌멩이들로 울타리 기둥을 고정하고, 몰타르를 비벼 구덩이에 넣고.

나무판을 기둥에 대서 기둥이 몰타르에 얼룩지지 않게 하고,

그래도 튀는 것들 한 사람이 걸레질을 해서 닦아내고.

먼저 작업한 동쪽 기둥들에는 콘크리트 위로 흙을 덮고,

네기로 땅을 고르며 잔돌들을 치우고.

아직 콘크리트가 마르지 않은 동쪽은 다른 날로 일을 보내고 작업 끝. 저녁 6시였다.

다음 주부터 약 한 달 새로 돌아가는 일정 하나 있어

그 전에 했으면 하는 일이었다.

아직 뒷일이 조금 남긴 했어도 울타리 세웠다!

 

201712

사람들은 편히 드나들게는 해도 차가 다닐 수 없도록 나무대문을 만들어달았더랬다.

한 해 동안 바르셀로나에 가기 직전이었다.

무산샘이 드나들며 관리를 하기로 했던 달골이었지만

상주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조처는

대문이 필요하다는 오랜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학교아저씨가 학교 관리만도 힘이 부칠 테고.

예전에 산이며 건너 밭이며 사람들이 드나들던 길이어

대문을 다는 것이 현지 정서상 쉽지 않았는데,

1년의 부재는 그렇게 긍정의 구실이 되기도 했다.

그때는 퍽 커 보였던 대문이더니

울타리가 육중해지고 나니 낡았기도 해서 그렇지만 초라했다.

하지만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쓰기로.

대문의 서쪽 편 울타리와 대문 사이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빈 공간이 있고,

대문을 다시 달게 될 때는 거기가 그대로 쪽문 위치가 될 것이다.

 

달이 좋았다. 어제가 보름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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