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을 줄 모르는 예수

조회 수 863 추천 수 0 2004.05.03 19:15:00

신문을 읽을 줄 모르는 예수



예수가 낚시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다.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낙엽들은 떠나기 위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예수는 절망의 끝으로 걸어간다.

<서울의 예수>라는 시에서 일곱 번의 예수 이름이 거론되고 거동이 나온다.
"아직 악인의 등불은 꺼지지 않고" 있고 "목마르다"고 탄식도 한다.
"서울의 예수는" 는 저주하듯 울부짖는다. 아니 마지막으로 예언한다.

"나를 섬기는 자는 슬프고, 나를 슬퍼하는 자는 슬프다.
나를 위하여 기뻐하는 자는 슬프고, 나를 위하여 슬퍼하는 자는
더욱 슬프다. 나는 내 이웃을 위하여 괴로워하지 않았고,
가난한 자의 별들을 바라보지 않았나니,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자들은 불행하고, 내 이름을 간절히 사랑하는 자들은 더욱 불행하다"

여기 예수의 거동을 주시 하노라면 낚시대를 들고 한강에 앉아 있는 실업자다.
겨울비 맞아가며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는 노숙자다. 찬밥 얻어먹는 거지다.
홀로 담배를 피우는 꼴이 머지않아 폐암 걸릴 고독한자다.
마침내 "절망의 끝으로 걸어간다, 는 것은 자살이외에 길이 없다는 것일까.
이러한 "서울의 예수"는 희망을 잃은 정신이상자 같다.
아니 한글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자다.

여기 무명의 돌팔이가, 한 시인이 쓴 "서울의 예수" 작품을 씹거나 평가할 능력도 없다..
지하도에서 신문 한 장을 이불처럼 덮고 자는 노숙자들도 신문을 읽고 난 후 덮고 자거늘, 신문을 읽을 줄 모르는 "서울의 예수"가 나타난 이유가 뭘까.
그의 손에는 휴지 한 쪼각도 들고 있지 않다.
신문을 읽지 않는 "서울의 예수"는 답답한 꼴통이다.
이러한 꼴통이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전국방방곡곡에 있다는 것이다.
신문도 신문 같지 않은 "찌라시"같은 것을 신문으로 착각하고 있는 그 자들도
"서울의 예수"와 혈통을 같이하는 답답한 꼴통들 아닐까.



(주) 시 <서울의 예수>는 정호승 시인이 쓴 작품입니다. 작품을 평하자는 취지가 아님을 참고하시기 바람니다. 구지 원문을 전부 올릴 필요가 없어, 서두와 끝 부분만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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