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849 추천 수 0 2003.05.10 22:03:00
4336. 5. 9. 쇠날

아이들이 먼저 학교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옹기공방 갔다가 장보고 오느라 좀 늦었거든요.
학교 들어서니, 선생님 어디 갔다 인제 오세요 우린 벌써 와 있었다구요요오오오오 하는 아
이들의 요란시끌벅쩍한 소리가 우릴 반깁니다.
희정샘은 부리타케 간식하러 부엌으로 들어가고, 벌써 차에까지 달려온 아이들은 자기가 짐
든다며 다투다가 나이순으로 큰 애들이 짐 들고 가고 작은 애들은 아쉬우나마 제 손을 잡고
갑니다.
가는데, 저기 운동장 한가운데 뭐가 보입니다.
"저게 뭐꼬?"
"몰라요."
"저거 사람 아이가?"
"아, 맞아요. 무연이 오빠가 아까부터 저러고 있어요."
옆에 가니 무연이가 맞습니다. 잘 자란 토끼풀밭에 누워 있습니다. 왜 이러고 있냐 했더니
말이 없습니다. 또 누구랑 싸웠거나 기분 나쁜 일이 있나봅니다. 무연이는 그러면 어디에서
든 누워버리거든요. 좀 내버려뒀습니다. 안 좋은 버릇이기도 하고 지치면 일어나겠지 싶었지
요. 근데 간식이 들어와서 먹으려는데, 그때까지 그러고 있습니다. 일단 동생 상연이랑 가서
방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일단 먹고 보자 하고 앞에 떡볶이랑 요구르트랑 놔 줘도 먹지 않
습니다. 단단히 뒤틀렸습니다. 그렇게 버팅기더니, 간식 다 먹고 치우고 나니, 그제서 자기
것을 먹고 부엌 가서 더 먹겠다 합니다.

오늘 저학년은 과학이고 고학년은 풍물입니다.
고학년은 강당 가서 한낮에 시원하게 풍물을 칩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이번 5월 달 과학 주제가 '물'입니다.
"물은 왜 안 잡혀요?"
"물은 어디로 흘러가요?"
"물은 산으로 흘러가요, 하수도로 흘러가요?"
물 찾으러 가자 했더니 우리 상연이가
"나 물 어디 있는 지 알아요. 나만 따라와요." 하네요.
그래서 가 봤더니 학교 뒤 냇가입니다.
"진수 형아랑 옛날에 없어졌을 때, 진수 형아랑 여기 왔어요."
간식 먹는 데, 없어져서 애들이 다 나와 한참을 찾았는데, 자랑스럽게 얘기합니다.
한낮에 물소리가 참 시원합니다.
공책이랑 연필이랑 한곳에 놔두고 모두 냇가로 내려갔는데,
와 우리 1학년 주리 냇가 돌과 돌 사이를 날아다닙니다.
왜려 3학년 큰 애들이 무서워하고, 주리는 뭐 거침없습니다.
문득, 며칠 전 만들어놓은 어항에 넣을 고기가 생각납니다. 영동에 나가서 사려 했는데, 한
마리 2천 원씩이나 한다 해서 희정샘이랑 혀만 내두르고 들어왔더랬지요.
"우리 고기 잡으러 가자!"
냇가를 따라 내려가며 고기가 있나 살펴봤습니다. 물이 좀 천천히 흐르는, 돌이 있어 물이
한숨 돌리는 곳에 작은 고기들이 있습니다.
제가 먼저 한 마리를 잡자, 애들도 잡겠다고 난리입니다. 모두 양말도 벗고 옷 걷어올리고
들어가서 첨벙거리니 물고기가 잡힐 리가 있나요.
오후 한때 신나게 놀다가 올라왔습니다. 올라오는 내내 주리는 자기 동네 어디 가면 물고기
가 많은데, 그물을 어떻게 만들어 이렇게 해서 잡으면 된다고 몸짓 발짓 해가며 설명하고
새침때기같은 3학년 연지, 유진, 해림이는 어느새 먼저 올라가 있고...
눈으로, 코로, 귀로, 피부로 느껴진 물의 느낌들을 정리하고 마쳤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무연이는 서서 뭐라뭐라 하다가 앉다가 그만 만들고 있던 행글
라이더를 깔고앉아 부러져 버렸습니다. 무연이는 너무 속상해서 괜히 해림이 탓하며 울고,
어째 오늘 무연이는 계속 일이 꼬입니다.
또 한 주가 지났네요. 이번 주는 어린이날에다 어버이날까지 겹쳐 아이들을 적게 만났습니
다.
자,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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