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6. 11. 6. 나무날

애들이 먼저 왔네요. 흙그릇 만드는 거 배우러 갔던 저랑 희정샘이랑 하다랑 서둘어 들어왔습니다. 근데 민근이가 씩씩대면서 학교를 나서고 있습니다. 뭔 일이 났나봅니다. 민근이를 불렀지요. 놀다가 실수로 영준이를 때렸는데, 영준이가 더 많이 때리고 동생 준성이까지 자기를 때렸다나 어쨌다나.... 흥분해서 말합니다. 일단 앉아봐라, 민근이 앉혀놓고 영준이랑 준성이랑 불렀지요. 얘기인 즉, 옷걸이를 거꾸로 들고 총인양 놀고 있는데 영준이가 좀 달라고 했는데 안 준다고 어쩌고 하다가 실수로 영준이를 한 대 때렸고 그에 분한 영준이가 민근이를 때렸는데, 그 후 그 옷걸이를 다시 제 자리에 꽂으려고 했는데 그걸 다시 준성이가 빼려
고 해서 민근이가 안 된다고 하다가 준성이를 그걸 다시 빼서 민근이를 찔러서 민근이가 씩씩대며 걸어나가게 됐다는...(이해가 되실런지....)
일단 영준이에게, 손 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건 나쁘다.
그리고 민근이에게, 왜 굳이 (준성이에게) 안 주려고 그랬냐
마지막으로 준성이에게, (다분히 형을 편 든 경향이 있어) 그러지 마라, 너가 그래서 민근이형이 더 분했던 거다. 장난으로 끝날 수 있었는데 더 일이 커진 거 아니냐.
그래도 애들이라, 여차저차 얘기해 주면, 알겠다 합니다.

근데 주위에 애들이 비잉 둘러싸고 있습니다. 숨박꼭질 맨날 하기로 했으니 숨박꼭질 하자고... 이런 것은 잊어버리지도 않고... 오늘은 늦어서 안 되겠다, 미안한데 들어가자 했습니다.
6학년 영준이가 여섯 살 하다랑 장난감 차 때문에 한참을 옥신각신하고, 우여곡절 끝에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요가와 명상을 하는데, 오늘 명상의 주제는 '마음 다스리기'입니다. 가부좌 틀고 가만히 눈 감고 앉아서 각자 자기 마을을 살펴 봤습니다. 마음에 참 많은 마음이 일어나는데, 그 마음도 자기 마음이라, 결국 자기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니, 미워하는 마음, 시기하는 마음, 때리고 싶은 마음이 일 수도 있으나, 자기가 없앨 수 있을 것이고, 따뜻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이 자주 일어나게 하자... 한참을 얘기한 것 같습니다. 동화도 한 편 읽었습니다.
오늘 간식은 만두입니다. 영준이, 준성이 어머님께서 챙겨주셨다네요.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저학년은 과학이고, 고학년은 그림입니다. 하다는 고학년 형들이랑 같이 그림을 그렸네요. 제법 많이 그렸습니다. 컵이나 항아리를 보면서 명암을 그려 넣었답니다. 무연이나 민근이는 오래 공부했던 지라, 열심히 잘 보고 그리더라네요. 아무래도 오래 다닌 녀석이 뭐가 나아도 낫겠지요. 영준이는 잘 그렸는지 물어보고, 점수 따져보고 그랬답니다. 물꼬는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우열을 가리지도 않고... 다만 애썼다면 그것만으로 참 훌륭하다... 아직 물꼬의 가치관이 낯선 영준이에겐 자주 얘기해줘야겠습니다.
저학년은 과학입니다. 오늘은 잠수함 놀이를 했는데, 뭘 하든 저학년 애들과 하는 과학은 정말 재밌습니다.
상범 : 야, 배는 밴데 물 위에 뜨지 않는 배는 뭐냐?
대원 : 아, 저 알아요. 먹는 배랑 우리 몸에 있는 배요.
상범 : 아, 맞다. 그 배도 있네. 근데 그런 배 말고 진짜 사람이 타는 배 중에 말이야.
형민 : 저요. 쇠로 만든 무거운 배요.
상범 : 아... 그래.. 그렇지.. 근데 보통 배들은 만들 때, 쇠를 사용하거든
상연 : 저요. 돌멩이배요.
상범 : 아, 그렇구나... 근데 내 말은 진짜 사람이 타는 배 중에 말이야.
두용 : 돌멩이 붙인 무거운 배요.
(자기 딴에 아는 무거운 물체들을 다 말하고 나중엔 지쳐 '가벼운 배'도 나오더니...)
상범 : 그럼, 좋다. 일단 너희들이 아는 배를 다 말해봐라.
애들 : 해적선요! 소금 나르는 배요! 과일배요! 돛단배요! 레스토랑배요!
(와, 정말 못말리는 애들입니다. 근데 너무 재밌지 않나요... 어떻게 이런 배들이 나오지...;;)
상범 : 그거 있잖아. 잠수함!
상연 : 선생님, 잠수함도 사람 태울 땐 물 위로 뜨잖아요.
상범 : 어, 물론 그렇지. 그러나 주로 물 밑으로 다니잖아. 그럼 잠수함은 어떻게 물 밑으로 다니냐? 어떻게 뜨고 가라앉고 그러지?
두용 : 해초요.
(도대체 해초로 어떻게 한다는 거지..)
형민 : 자석요. 자석이 있어서 당기고 그래요.
(수많은 황당한 얘기들이 오고 갔죠)
대원 : 저요. 그, 공기가 100개 있어요. 그것들이 어, 많이 있으면 어, 그리고 공기를 빼면...
상범 : 공기가 많으면 떠, 가라앉어?
(뜬다, 아니다 가라앉는다, 의견이 갈렸지요.)
상범 : 맞아. 공기를 이용하지. 뭐 하나 물어보자. 공기는 어디에 있냐?
애들 : 나무요! 산에요!
상범 : 그럼 이 방에는 없어?
애들 : 있어요.
상범 : 운동장에는?
애들 : 있어요.
상범 : 강당에는?
애들 : 있어요.
(한창 주고받고 있는 가운데)
상연 : 있잖아요. 저기 나무요 나무 뿐지르면('자르면'의 사투리) 공기가 나와요.
상범 : 오호라, 이렇게 나무를 탁 뿐지르면 거기서 공기가 막 나와?
상연 : 네에
상범 : 그렇구나.
아이들하고 얘기하고 있으면 그게 다 청정공기 같습니다. 정말루요...

돌아가는 차에서는 애들이랑 노래를 주고 받았습니다. 하다는 어제 배운 민요도 한자락 했지요.
새야 새야 각노새야...
정말 아이들이랑 있어서 너무 재밌습니다. 아이들에게서 힘을 얻습니다.

형민맘

2003.11.07 00:00:00
*.155.246.137

늘 하루 하루를 아이들과 함께 행복으로 물들이며 사시는
선생님 여러분의 바이러스에 저희들 아빠 엄마들도 감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ㅎㅎ....
물꼬 샘들은 저희가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늘 행복해 하는데 똑같은 아이를 데리고 저희 부모들은
같은 느낌으로 살지 못하는지 안타깝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내요 ㅠㅠ
물꼬를 다닌후 대문을 힘차게 들어서는 형민이를
보면 그곳에서 커다란 에너지 샘을 마시고
오는듯 해서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해서 제가 물었죠.
형민아 ! 물꼬에 가면 너무너무 재미있어?
아니, 그냥 재미있어 !!!!!!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
내일부터 날씨가 추워진다고 하내요.
감기 조심하세요..

진아

2003.11.08 00:00:00
*.155.246.137

요즘 여자학생들이 없네요.. 나두 빨리 가고 싶지만 시험끝나면 또 2급시험 준비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13403
4578 안녕하세요 [3] 진아 2003-10-27 852
4577 필자님 안녕하신지요 [1] 승부사 2003-10-28 893
4576 10월 27일 달날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신상범 2003-10-29 853
4575 공부방 날적이 10월 28일 [2] 옥영경 2003-10-29 921
4574 제목 없음. [1] 조인영 2003-10-29 828
4573 공부방 날적이 10월 29일 [1] 옥영경 2003-10-29 850
4572 선생님^^ [1] 지윤 2003-10-30 852
4571 논두렁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상범 2003-10-30 858
4570 공부방 날적이 10월 30일 옥영경 2003-11-01 854
4569 공부방 날적이 10월 31일 [1] 옥영경 2003-11-01 836
4568 두레 4명...! 든든하네요^^ [2] 품앗이승희^^ 2003-11-02 987
4567 물꼬 메인 탑 플래쉬 file [2] 김병구 2003-11-02 1027
4566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신상범 2003-11-03 864
4565 논두렁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상범 2003-11-03 852
4564 네덜란드 소년의 팔뚝을 기억하다! 강무지 2003-11-04 1260
4563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1] 신상범 2003-11-04 850
4562 꿈이 현실화 될수있다면 그건 꿈이 아니라 이상인거죠 [2] 고양이 2003-11-06 841
4561 2003년 10월 5일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1] 신상범 2003-11-07 882
» 2003년 11월 6일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2] 신상범 2003-11-07 922
4559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4] 신상범 2003-11-07 85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