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11.달날. 맑음

조회 수 377 추천 수 0 2022.05.07 08:59:08


밤새 가마솥방 불이 켜져 있었다.

야삼경에 물꼬의 바깥식구 하나 들어와 새벽을 맞고 있었네.

물꼬가 쓰고 있는 폐교 건물을 올해 이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은 때,

그 건에 관해 논의가 깊었다.

이른 아침부터도 이야기는 이어진다.

아침뜨락 돌다.

미궁 자리에 있는 낡은 장승은 이제 떠나보내기로.

몇 벌의 장승을 깎아주었던 목연이 또 시간을 내본다 하나

미궁 끝 공간은 너르게 비워도 좋을 듯.

달골에 아이들과 작업할 공간으로 쓸 비닐하우스를 하나 지으려고도 엿보는 중.

위치를 살피다.

공간이 없는 게 아니나 장기적인 전체 그림을 생각해야.

아주 당장 해내야 할 일도 아니고.

 

생일상을 차리다. 바깥샘 하나가 들어왔네.

미역국이야 당연하겠고, 강낭콩밥도 있어야지.

어릴 적 받았던 생일상이 늘 기준이 되고는 한다.

생선도 있어야지. 마침 설악산 아래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해왔던 물고기가 있었다.

고기도 있어야지. 그 역시 마침 있었던 거라.

김을 굽고 산나물들과 몇 가지 찬을 내다.

그릇에 양념이 남지 않을 정도로 싹싹 비운 밥상. 고마워라.

축하함! 우리 한 생을 마저 잘 살아보자.

 

달래와 귤잼을 챙겨 설악산으로 보내다.

여기 흔한 게 거기선 사서 먹는 거더라고.

그곳에 깃들 때 신세를 진 어르신 댁으로.

보내려니, 그것도 얻자고 드니, 달래가 귀했더랬네.

약 안치고 농사짓는다고, 그래서 별 수확도 없는 물꼬 농사에 늘 핀잔인 마을 어른들이

봄나물을 뜯을 때는 물꼬 밭으로 오는 거라. 약 안친다는 그 까닭으로.

죄 패 내 가고 남은 얼마쯤을 건졌다. 어린 것은 모종으로 써보시라 동봉하고.

 

저녁 늦게는 달골 대문께 세울 울타리 자재가 들어왔네.

오는 주말에는 작업을 해보려는데.

일할 구성원은 다섯으로 조직되었음.

일이 커서가 아니라 균형을 맞추고 잡아주고 해야 될 테니.

마침 집중수행하는 주말이라 일수행으로다가.

일을 앞두면 늘 약간의 긴장이 온다.

특히 이웃과 경계를 둔 문제라든가 하면 혹여 시끄러워질세라 미리 절차들을 잘 챙겨야 하는.

순조롭기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096 2023. 7.25.불날. 흐리다 소나기 지나고 옥영경 2023-08-05 387
1095 2023. 1. 4.물날. 맑음 / 썰매 옥영경 2023-01-08 387
1094 2021.12.13.달날. 맑음 / 잠복소(潛伏所) 옥영경 2022-01-06 387
1093 2021. 9. 3.쇠날. 가랑비 간간이 다녀가는 / 오늘은 그대의 소식이 힘이었다 옥영경 2021-10-21 387
1092 2019.12.23.달날. 볕인가 싶었던 볕 옥영경 2020-01-17 387
1091 2023. 1.15.해날. 눈 옥영경 2023-01-18 386
1090 2020.12.30.물날. 갬 /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 옥영경 2021-01-17 386
1089 2020.11.14.흙날. 맑음 / 나는 기록한다. 왜? 옥영경 2020-12-16 386
1088 2020. 9.21.달날. 아주 가끔 구름 옥영경 2020-10-20 386
1087 2020. 8.18.불날. 맑음 옥영경 2020-08-31 386
1086 2020. 4. 8.물날. 맑음 옥영경 2020-06-15 386
1085 2022. 9.22~23.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2-10-03 385
1084 2월 어른의 학교 이튿날, 2022. 2.26.흙날. 밤 소나기 지나다 옥영경 2022-03-24 385
1083 2022. 2.24.나무날. 맑음 / 러시아, 우크라이나 진격 옥영경 2022-03-24 385
1082 2021. 4.29.나무날. 가벼운 소나기 두어 차례 옥영경 2021-05-27 385
1081 2021. 4.26.달날. 맑음, 달 둥실 옥영경 2021-05-26 385
1080 2023. 8.29.불날. 비 옥영경 2023-09-06 384
1079 2023. 8.12.흙날. 흐림 옥영경 2023-08-14 384
1078 2021.12. 7.불날. 맑음 옥영경 2021-12-31 384
1077 2021. 8.20.쇠날. 맑음 옥영경 2021-08-29 38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