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연휴의 마지막,

'물꼬 stay'로 오늘까지 쓸 참이었는데, 어제 모두들 떠났다,

하루쯤 댁에서들 긴 연휴를 갈무리한다고, 또 물꼬 식구들도 좀 쉬라고.

무밭 밭 둘레 막을 쳤다.

고라니 와서 자꾸 다 파먹는단 말이지.


이웃 산마을에서 목공을 하는 벗이 있다.

물꼬의 큰 행사에서며 장승 깎는 시연을 해주기도 하는,

물꼬에 바삐 힘을 쓸 일이 있으면 도움을 청하기도 하는.

600년 된 고목으로 만든 가구 시집 보내기 전 보러 오라는 초대가 여러 날 전이었다.

추풍령 골짝 영욱샘네 들렀다.

비어있는 낡은 집에서 수년 전 공방을 시작했다.

무슨 번듯한 작업실 아니어도 저런 작품을 만들어낸다!

지난해 만들고 마감 칠을 하러 가서 두고 온 접시,

간 걸음에 마무리도 했다.

작은 조각칼로 면 앞뒤를 틈틈이 파낸.

처음 하는 작업이어 가늠이 되지 않아 그만큼이 끝인 줄 알았더니

칠해보니 더 촘촘히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할 것 같아도 해보면 다른 것이 또 일이라.

해 보니 보이고, 할 것 같은 게 또 일.


이웃 은편리도 건너가다.

며칠 전 블루베리 몇 그루 실어오겠노라 연락 왔는데,

오늘 물꼬가 여유로우니 트럭 끌고 가겠다 했다, 건너편 영욱샘네도 들릴 참이라고.

대식샘... 한 해 가까이 얼굴 보지 못했다.

가마솥방 금 가고 어둔 벽을 보고 메우고 페인트를 칠해주었던 그니이다.

몇 해 전 본관 뒤란 허술한 보일러실 지붕이 큰 바람에 홀라당 뒤집혀

어찌 손을 쓸까 허둥거릴 때도 달려온 게 당신이었다.

거친 북풍에 지붕 위에서 코 훌쩍이며, 곱은 손을 겨우겨우 펴가며 했던 작업.

“블루베리, 접을 거거든.”

“그래, 곳곳에 너무 많더라. 값이 절반 이상 떨어졌어.”

다 패 내고 자두를 심을 거란다.

“아까워서 어째. 팔 수는 없나?”

어딘가에서는 이게 필요해서 구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터인데.

그런데, 세상일들이 그러하더라.

이럴 때 그런 기대하고 있으면 이 일도 저 일도 안 되는 게 사람 일이라.

열여덟 그루를 파왔다.

있다고 나누기가 또 쉽던가.

생각하고, 챙겨 연락하고, 시간 맞추고,

와서 저가 알아 가져간다 해도 손 보태야지, 마음 써야지...

“번번이 이것저것 고마워요, 형.”

“이만큼이면 아이들하고 실컷 먹을 거야.”

내일 오전 달골 햇발동 앞마당에 심으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6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004
6515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002
6514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1996
6513 99 계자 이틀째, 10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10-31 1995
6512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1994
6511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1993
6510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1992
6509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1988
6508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1987
6507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1986
6506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1986
6505 111계자 이틀째, 2006.8.1.불날. 계속 솟는 기온 옥영경 2006-08-02 1982
6504 8월 1-4일, 배혜선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09 1968
6503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1966
6502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1965
6501 고기 또 먹던 한 날, 5월 16일 옥영경 2004-05-26 1963
6500 2011. 6.14.불날. 맑음 / 보식 2일째 옥영경 2011-06-18 1962
6499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1962
6498 39 계자 열 나흘째 2월 8일 옥영경 2004-02-11 1953
6497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195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