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방학 중의 공동체 식구들

조회 수 1838 추천 수 0 2004.06.04 16:05:00
달이 훤한 밤인데도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어둡기가 더하고 깊기가 더합니다.
운동장 건너 긴 돌의자에 앉아 학교를 바라보노라면
텅 빈 우주가 그 속에 다 든 것만 같다지요.
복도를 걷다 모둠방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이들이 자던 자리에 달빛이 들어와 앉았는데
그만 가슴이 싸아해집디다.
공동체 어른들은
물꼬 아이들이 비워준 자리에 잠시 다녀갈
계절자유학교 아이들 맞을 준비로,
또 사무실에선 밀린 서류들을 정리하고,
논밭에선 들일이 한창이고,
6월과 7월 아이들이 공동체에서 일하는 때에
한국화며 에어로빅이며 도예며 검도며 목공예며
짬짬이 할 예술활동에 힘 보태줄 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류옥'하다가 두 달 전의 모습으로 돌아갔어요."
상범이 삼촌의 표현대로 저혼자 천지를 모르고 살다가
입학한 아이들과 부대끼느라 심통 사나워져있던 류옥하다는
수레를 끌고 다니며 어른들 일손을 돕고,
운동장 풀도 매고 사람들도 맞고,
방학연구과제를 고민하고 양말도 빨고 설거지도 하면서,
손이 가야할 아이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제 몫을 해내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56 97 계자 세쨋날, 8월 11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4-08-13 1876
6455 "계자 94"를 마치고 - 하나 옥영경 2004-06-07 1876
6454 2005.11.1.불날.맑음 / 기분이 좋다... 옥영경 2005-11-02 1872
6453 2007. 2.18.해날. 맑음 / 설 옥영경 2007-02-22 1871
6452 봄날 닫는 날, 2008. 5.17.흙날. 맑음 옥영경 2008-05-23 1864
6451 1월 21일 쇠날 맑음, 100 계자 소식-둘 옥영경 2005-01-25 1858
6450 99 계자 첫날, 10월 29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4-10-31 1855
6449 98 계자 닷새째, 8월 20일 쇠날 흐림 옥영경 2004-08-22 1855
6448 127 계자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9-07 1847
6447 9월 2일 나무날, 갯벌이랑 개펄 가다 옥영경 2004-09-14 1846
6446 5월 22일 흙날, 대구출장 옥영경 2004-05-26 1846
6445 2007.12. 2.해날. 눈비 / 공동체식구나들이 옥영경 2007-12-17 1842
6444 1월 24일 달날 맑음, 101 계자 여는 날 옥영경 2005-01-26 1842
» 찔레꽃 방학 중의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6-04 1838
6442 2007. 4.21.흙날. 맑음 / 세 돌잔치-<산이 사립문 열고> 옥영경 2007-05-10 1830
6441 97 계자 네쨋날, 8월 12일 나무날 옥영경 2004-08-14 1829
6440 8월 5-8일 이은영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10 1829
6439 11월 3일 물날 쪼금 흐림 옥영경 2004-11-13 1826
6438 9월 16일, 바깥샘 도재모샘과 오태석샘 옥영경 2004-09-21 1821
6437 2007. 6.22.쇠날. 비 내리다 오후 갬 옥영경 2007-07-02 181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