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뒤, 책상 앞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점심에도 저녁에도 손님들이 들 것이다.

맞이 준비랄 것도 없어서 당장 움직이지 않아도 되지만

마음 수선거릴 땐 일을 잡는 게 현명하다.

그 사이에 또 나온 사이집 앞 돌들 치워 탑에 올리고,

명상정원 아침뜨樂으로 가 들머리 매던 풀을 마저 매고,

아고라에도 들어가 강단 넓적바위 둘레 풀을 뽑는다.

무성할 땐 거기라도 손을 대놓으면 훤해보이는 광장이라.

학교에 내려서서 가마솥방 먼지를 털고,

점심을 위해 부추를 캐온다.

국수를 내지.

영동 읍내 어르신 한 분 들어서신다.

“장날인데, 뭘 좀 사갈까?”

마침 어제 다 구해 들이지 못한 모종들 있었지.

아삭이 고추모 스물, 오이와 가지와 방울토마토와 수세미 모종을 다섯 포기씩 들고 오셨다.

군속이라 PX를 주마다 한 번 들리신다며

김도 한 상자 내려주셨네.

달골을 안내해 드렸지.

왜 이리 바삐 내친 김에 오셨냐 여쭈었더니

그저 보고 싶으셨단다.

그렇다, 볼 사람은 어여 보고, 사람이 내일을 어찌 기약하나...

지혜를 나눠주러 오셨던가 보다.

산마을에서 늘 서걱거리는, 산마을에서 목소리 높이며 물꼬라 부딪히는 이를 일러바치니

하나쯤 긴장을 일으키는 존재가 우리를 더 잘 살게 한다셨네.

그렇다.

연못에서도 사나운 물고기 한 마리가 다른 모두를 운동케 하여 건강하게 한다던가.

아하, 그도 나를 살리는 사람 하나였고나.

불편한 할아버지를 다른 시각으로 또 바라보게 되었더라.


저녁 손님도 들다.

이웃 마을 하안샘이 6월 연어의 날까지 두루 살펴주기로 하시다.

장순샘이 농사일로 물꼬 일에서 좀 빠지니

또 그렇게 누군가 이어 붙어서 또 물꼬 일을 해나간다.

오늘은 호스 샤워기를 사와서 사이집 호스 머리를 교체해주셨네.

“이게 사람이 좀 있어야 맛이 배가 되거든요...”

물꼬의 여름 음식의 대표 월남쌈을 먹다.

최소 셋은 멤버 구성이 돼야.

물꼬의 여름 먹을거리가 시작 되었네.

그것은 물꼬의 수선스런 여름의 시작이라는 의미.

곧 아이들이 온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696 2014. 5.21.물날. 맑음 옥영경 2014-06-13 616
1695 빈들모임 닫는 날, 2019. 4.28.해날. 흐림 옥영경 2019-07-04 615
1694 2019. 5.11.흙날. 맑음,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옥영경 2019-07-09 614
1693 165 계자 닫는 날, 2020. 1. 17.쇠날. 맑음 옥영경 2020-01-28 612
1692 2019. 4.11.나무날. 갬 옥영경 2019-05-12 612
1691 2019. 4. 5.쇠날. 맑음 옥영경 2019-05-07 612
1690 169계자 닫는 날, 2022. 1.14.쇠날. 맑음 / 잊지 않았다 [1] 옥영경 2022-01-15 611
1689 2017.11.23.나무날. 첫눈 / 짜증을 건너는 법 옥영경 2018-01-09 611
1688 2021. 3. 6.흙날. 흐려가는 하늘, 는개비 다녀간 오후 옥영경 2021-03-26 609
1687 164 계자 닫는날, 2019. 8. 9.쇠날. 맑음 / 빛나는 기억이 우리를 밀고 간다 옥영경 2019-09-11 609
1686 2019. 5.14.불날. 맑음 옥영경 2019-07-19 608
1685 2017.11. 6.달날. 맑음 옥영경 2018-01-06 607
1684 2019. 3.22.쇠날. 맑음 / 두 곳의 작업현장, 아침뜨樂과 햇발동 옥영경 2019-04-04 605
1683 171계자 이튿날, 2023. 1. 9.달날. 푹하고 흐린 옥영경 2023-01-11 604
1682 2019. 6.25.불날. 맑음 / <소년을 위한 재판>(심재광/공명,2019) 옥영경 2019-08-13 602
1681 빈들모임 여는 날, 2019. 4.27.흙날. 맑음, 닷새 만에 보는 해인가 옥영경 2019-07-04 602
» 2019. 5. 9.나무날. 맑음 / 당신도 결국 나를 살리는 이였으니 옥영경 2019-07-09 600
1679 2017.10.26.나무날. 맑음 / 제도학교의 물꼬나들이 옥영경 2018-01-05 601
1678 2022 여름 멧골 책방② (8.27~28) 갈무리글 옥영경 2022-09-08 599
1677 2020. 4.21.불날. 화창하지는 않은 옥영경 2020-07-07 59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