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변기 둘 들였습니다!

조회 수 1485 추천 수 0 2020.11.09 15:48:00


 

, 따뜻해. 따순 물이 있으면 설거지가 무에 그리 일이야!”

난로 위 주전자 물을 가져다 설거지를 하는 이즈음,

탄성을 지르는 곁에서 대처 나가 사는 식구 하나가 말했습니다.

요새 그리 안사는(따뜻한 물 귀하지 않은) 곳이 어딨어? 물꼬나 그리 살지...”

그러게요...

이곳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더 신기합니다.

어떻게 여름에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한 대 없는 모둠방을

으레 그러려니 하는 아이들이라니요.

겨울은 춥고 여름이 덥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온몸으로 확인하며 살고 있는 이곳 삶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생태적 삶이 아니냐는.

 

양변기를 둘 들였습니다.

또 공사?

물꼬의 낡은 살림이 늘 그렇듯 개수 보수 수선...

거기 하나를 보태는군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끊임없이 물꼬에서 외치는 문장처럼

생태니 환경이니 잘난 체 해대지만 우리가 우리 삶에서 나오는 것들을 마지막까지 얼마나 책임지며 사느냐,

늘 하던 질문이었고,

나름 아이들 뒷간에서 나온 오물을 발효시켜 거름으로 잘 써왔습니다.

하지만 그리 대단한 신념도 아니면서 애들을 너무 고생시킨다,

몇 해 하던 고민이었습니다.

한편 궁한 살림도 살림이라지만 살던 대로 살아온 게으름도 있었고,

양변기를 들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바람구멍 많은 이곳 건물에서 그것의 관리가 더 힘든 것도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한 까닭 하나였을 겝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최근의 결론이었습니다.

이제 환풍기를 다는 일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바깥의 정화조를 시멘트로 덮는 일이야 천천히 해도 될 겝니다.

추운 때를 피해 봄에 해도 될.

이곳의 일이 언제나 그렇듯

여러 사람이 손을 보태었습니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돈으로는 쉬운 일을

참 어렵게도 하는 이곳이지요.

10월에 아주 작은 굴착기가 들어와 아이들 뒷간 뒤로 정화조를 묻고

흙집 씻는 곳 여자 쪽과 남자 쪽에 각각 창고로 쓰이던 공간을

(애초 화장실이었던. 생태화장실이라고 쓰다가 냄새를 감당 못해 치웠던 곳)

벽을 뚫고 바닥에 구멍을 내 양변기를 놓았습니다.

양변기 둘로는 많은 이들이 모였을 때 감당할 수는 없겠기에

재래식 화장실인 아이들 뒷간은 뒷간대로 남겨서 쓰기로 하였습니다.

 

한 번에 어찌할 수는 없지만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하나씩 작은 변화들이 쌓이는 물꼬입니다.

거참... 시골마을에 처음 들어온 흑백TV도 아니고

양변기 겨우 둘 들였다고 소문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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