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애 샘은 작년부터 품앗이 일꾼으로 오고 있는 샘입니다. 이번 계자 기간동안에 임용고시 시험에 합겼했다는 연락을 받았지요. 이로써, 물꼬에 꾸준히 덕을 쌓다가 임용 시험 보고나서 물꼬 계자에 오면 틀림없이 시험에 합격한다는 물꼬의 전설이 또 한번 실현되었습니다.
(후문 - 그리고 시간이 지나 2월 말에 물꼬에서 품앗이, 논두렁님들께 드리는 선물, 종합선물세트-이동철샘과 함께 하는 풍물특강에 함께 하다가 교사 발령 연락도 받았답니다. 좀 과장해서 반은 물꼬에서 교사로 만들어주었습니다.)

품앗이 갈무리 글
108번째 계절 자유학교 품앗이 임현애

올해 저는 선생님이 됩니다. 물꼬에서 그 소식을 접한 것은 참 행운이었습니다. 왜냐면 아이들의 축하를 받았으니까요. 다른 사람들과의 축하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아이들을 만날 사람이 아이들에게 받는 축하. "저희 학교에 오실 수 있어요?" 말로 표현이 안됩니다. 사회인이 되는 것, 무직에서 벗어나는 것을 축하받는 것이 아니라 정말 선생님이 되는 것을 축하받았습니다. 눈물나게 고맙고, 좋았습니다.

옥샘께서 매해 한번씩 보여 줄테니 선생님 시작하는 처음 마음을 글로 적어보라 하셨습니다. '그래도 시작하는 내 모습이 많이 부족하거나 나쁘지는 않은가 보다.' 하는 생각에 좋았습니다. 옥샘은 제가 선생님으로서 정말 아니다 싶었다면 하지 말라 말씀해 주실 분이라 생각하니까요. ^^ 그래서 이리저리 몇자 써봅니다.
교육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씀과 함께였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에 제 교육이 세상을 좋게 할 수 있는 만큼 아프게, 더럽게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작년 물꼬에서 "애들 변하는 거 보면 왜 애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가야할 곳, 해야 할 일이 이 곳에서 이렇게 비춰지고 있구나' 하는 슬픔과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하는 섭섭함이 있었습니다. 따져보기도 전에 내가 갈 곳을 먼저 감싸 버렸으니, 참 비겁했습니다. 올해는 같은 이야기에서 참 다른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곳에 내가 할 일이 있구나, 내가 정말 중요하구나.' 선생님으로서 제가 갖는 용기가 학교에 있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한없이 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참으로 느꼈습니다. 한 교실 안의 많은 아이들, 다른 잡무, 학교 동료와의 관계 등이 교사에게든 아이에게든 제약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그런 것들에 밀려, 지쳐 제 스스로 나의 힘을 잊는다면 그것이 그대로 세상을 아프게, 더럽게 하는 일이라 생각하니 겁이 안 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들에는 항상 정신을 똑바로 차
리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서.
이번 계절학교에서는 참 좋은 것을 보고 왔습니다. 하다와 많이 닮으신 옥샘의 어머님은 몇 번이나 맛있는 것을 보내주셨고, 옥샘 조카인 경표와 지혜가 고모가 있는 학교에 오고, 경표어머님이 학교 일에 일손을 보태주셨고, 동생을 보기 위해 오빠가 직접 오고, 아픈 엄마를 잘 보살핀다 옥샘이 항상 자랑하시는 하다와 큰 힘이 되어준다시던 하다 아버님이 있었습니다. 가족의 지지와 참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보았습니다. 옆에서 볼 때는 더욱 그랬습니다. 물꼬의 생각을 가지지 않았더라도, 함께 공동체를 꾸리지 않았더라도 옥샘을 통해 그곳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뜻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기초가 탄탄하게 다져진 느낌입니다.

처음 물꼬를 갔을 때는 다시 찾을 거라 생각지 않았는데, 두 번째 물꼬를 다녀오면서 다시 갈거라 생각됩니다. 물꼬의 생각은 아직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떤 교육적인 목적보다는 영환이를 다시 보고 싶어서입니다. 1년 지나 다시 만난 한 명의 친구인 영환이를 보면서 물꼬의 제일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성장함을 가장 기쁘게, 맑게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됩니다. 1년 사이 키도 크고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 영환이가 저를 기억해주었을 때 아마도 제가 더 아이같지 않았을까요? ^^; 다시 가면 이제 또 다른 영환이(이번에 2주를 함께한 아이들)가 여럿 있을 거고 저는 더 아이같이 기뻐하겠죠? 저 또한 그 아이들과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다들 잘 커서 만날 수 있기를...
2주라는 긴 시간을 함께하고 보니, 막바지에는 생활이었습니다. 시간되면 눈 떠지고, 징치면 뛰어 가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가식적으로 살기가 힘들기는 아이들만이 아니었던 거죠. 힘들 때는 아이들에게 화도 냈고, 희정샘께 맛있는 거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엄마가 보고 싶어 달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업어달라던 아이들에게 업히기도 하고, 산 힘들다고 뒤에서 아이들과 함께 불평불만 하다가도 썰매 탈 땐 다 잊어먹고. 그렇게 아이들 속에서 샘이 아닌 가족처럼 생활했습니다. 돌아와서 "왜 그냐?" "아, 왜요?" 입에서 떼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
전 평생 선생님으로 살고 싶습니다. 맘씨 좋은 선생님인 척은 아마 2년 정도 할 수 있겠죠. 그런 가식이 아닌 제 삶이 그대로 교육이고 싶습니다. 삶이 항상 좋을 수는 없으니까요,
슬픔과 기쁨, 즐거움과 지치는 것 까지도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만남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번 물꼬에서의 경험이 항상 힘이 되어 줄 듯합니다. 돌아온 날 TV를 보다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하나의 촛불이 다른 촛불을 밝힌다고 처음의 촛불 빛이 어두워지지 않는다." 물꼬의 빛을 제가 하나 얻어 갑니다. 물꼬가 항상 그 자리에서 빛을 나누어 주었으면 하는 큰 바람입니다. 물꼬의 빛, 마이 나누어 주세요~^^
샘들 하루재기 때, 짧게 하라고 부엌에서 종치던 시계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우왕좌왕 글을 마칩니다. 다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요~^^*